작성일
2024.07.17
수정일
2024.07.17
작성자
박지현
조회수
53

[기고] 조소영 교수, 상속 자격에 대해 국회가 답할 차례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재 유류분제도 위헌·불합치결정
패륜적 행위자 상속 법 감정 배치
22대 국회 신속한 입법 보완 필요

 

 

4월 25일에 선고된 헌법재판소의 한 결정이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전통적으로 가족공동체 중심의 가정을 사회의 기본으로 여기고 가족 간의 긴밀한 유대 관계를 중시해 왔던 우리 사회의 제도적 변환의 필요성을 헌법재판에서 확인하게 된 결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회구조가 변하고 가족제도의 모습 등이 크게 달라지면서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권리를 인정하는 게 맞는 것인지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47년 묵은 제도에 관한 결정이었다.

바로 유류분제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불합치결정이 그것이다. 민법의 유류분제도는 망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배우자나 자녀 등 상속인들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상속 비율을 권리로 보장해 주는 제도다. 즉 망인(피상속인)의 법정상속인 중 일정한 범위의 상속인에게 법정상속분의 일부가 귀속되도록 법적으로 보장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망인이 증여나 유증으로 자유로이 자기 재산을 처분하는 것을 제한하는 결과가 되었다.

민법은 자녀·배우자·부모·형제자매가 상속받을 수 있는 지분(법정상속분)을 정하고 있고, 망인이 사망하면서 유언을 남기지 않게 되면 이 지분대로 재산이 배분된다. 하지만 망인의 유언이 있더라도 민법의 유류분 규정에 따라 일정 범위의 법정상속인은 상속재산의 일정 비율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망인의 자녀와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보장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유류분제도는 1977년 민법 개정으로 신설되어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어 왔다. 당시 유류분제도의 도입 취지를 보면, 공동상속인 간의 공평한 이익이 피상속인의 증여나 유증으로 인하여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고, 나아가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거래의 안전과 가족생활의 안정·상속재산의 공정한 분배라는 대립하는 이익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유류분 권리자는 일반적으로 혈연이나 가족 공동생활을 통하여 망인(피상속인)을 중심으로 긴밀한 유대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유류분제도는 망인(피상속인)이 법정상속과 상관없는 형태로 자기 재산을 처분하는 것을 일정 부분 제한함으로써, 유족들의 생존권 보호,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 및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 보장, 가족의 연대가 종국적으로 단절되는 것을 저지하는 것 등의 기능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이는 4월의 헌법재판소 결정에서도 일응 인정된 바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사회는 구조적으로도 가정 형태로도 이전과는 많이 다르다. 농업사회가 아닌 산업화·정보화사회, 일반화된 핵가족 중심 가족제도, 1인 가구 수의 증가 등, 이것이 오늘의 사회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 유류분제도의 위헌성이 계속 문제가 되었지만, 헌법재판소는 앞선 2010년과 2013년에는 합헌 결정을 내렸었다.

그런데 이번에 헌법재판소가 새로운 번복 결정을 내린 것이다. 제도 자체는 여전히 정당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재산 형성에 관여하지 않거나 핵가족화되면서 남처럼 지냈던 형제자매의 유류분 인정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거·간호 등 망인(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한 상속인들의 기여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 특히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 학대 등 패륜적 행위자인 상속인에 대한 유류분 인정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는 것(유류분 상실 사유 규정 필요성 인정)을 위헌의 이유로 판시했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유류분 상실 사유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2025년 12월 31일까지 입법 개선 시한을 뒀다. 다시 국회를 바라봐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 후엔 관련 입법이 탄력을 받기도 했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후 ‘교권보호법’ 통과, 영유아 살해 사건 이슈화 후 ‘출생통보제’ 입법이 있었다. 하지만 부양의무를 게을리한 부모를 상속 결격자로 정하는 ‘구하라법’처럼, 더 많은 경우에 우리가 뽑은 입법자들은 직무 유기 상태였다. 헌법재판소의 공식 통계에 의할 때, 현재까지 위헌결정된 법률의 미개정 건수가 21건, 헌법불합치결정된 법률의 미개정 건수도 18건에 이른다는 건 뭘 말하나.

헌법재판소는 기본권 침해가 인정되는 경우일지라도, 입법자가 그 위헌적 상태를 제거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고려한 여러 선택을 할 수 있는 경우 권력분립 원칙과 민주주의 원칙의 관점에서 예외적으로 입법자의 형성권을 존중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리곤 한다. 5월 30일 임기를 시작하는 22대 국회는 과연 이 존중을 지켜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출처: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404301802240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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