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4.08.13
수정일
2024.08.13
작성자
박지현
조회수
136

[기고] 김해원 교수, 법학전문대학원의 목적과 우수한 법조인

[로스쿨에서] 법학전문대학원의 목적과 “우수한 법조인”

김해원(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前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 前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

 

「변호사법」 제4조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자”에게 “변호사의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변호사시험에 응시하려면 “법학전문대학원의 석사학위를 취득하여야” 한다(「변호사시험법」 제5조제1항). 따라서 법학전문대학원은 분명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자를 양성하여, 우리 정치공동체에 변호사 자격자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법학전문대학원의 목적이 변호사 자격자 공급에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법학전문대학원의 근거 법률인 「법학전문대학원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 제1조는 ‘변호사를 양성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하지 않고, “우수한 법조인을 양성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우수한 법조인”이란 무엇인가? “우수한 법조인”은 법률이 명시적으로 적시한 법률상 개념이다. 하지만 현행 법률 어디에도 “우수한 법조인”의 개념을 정의하거나 그 개념 요소를 밝힌 규정은 없다. “우수한 법조인”의 자격을 정한 법률조항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법적 논증의 특수성에 반하지 않는다면 법 해석에서도 언어공동체의 표준적 이해가 통용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 언어생활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사전적 정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르면 “우수한”은 ‘여럿 가운데 뛰어난’이란 의미이고, “법조인”은 ‘법률 사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따라서 “우수한 법조인”을 변호사 혹은 변호사 자격자로 국한하여 해석하기보다는, 「구체적 분쟁의 사후적 해결을 위해서 법률을 소극적ㆍ보수적으로 적용하는 ‘사법’은 물론이고 정립된 법률을 구체적 현실에서 적극적ㆍ미래지향적으로 실현하는 ‘행정’이나 법률을 정립하는 ‘입법’ 등과 같은 사무를 수행하는 실무 종사자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뛰어난 사람을 포착 및 포괄하기 위한 법률 용어」로 이해하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 이러한 이해는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변호사 외에도 진술조력인ㆍ공인노무사ㆍ세무사ㆍ관세사ㆍ법무사ㆍ행정사 등등과 같은 법률 사무 종사와 관련된 다양한 국가자격을 별도로 제도화하고 있는 현행 법률체계를 통해서도 뒷받침된다. 왜냐면 변호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법률 사무를 전제하면서 국가가 공인한 일정한 자격을 갖고 특정 법률 사무에 종사하는 뛰어난 사람(“우수한 법조인”)에 대한 기대를 우리의 입법자가 품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인격을 도야하고 현실을 성찰하며 미래를 향한 시대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하며, 법학전문대학원에서의 교육 또한 그러해야만 한다. 따라서 「법학전문대학원의 목적으로 법률이 명시한 “우수한 법조인”을 애써 변호사 혹은 변호사 자격자와 동일시하여 법학전문대학원 교육의 성과를 변호사시험 합격률로 갈음하고 법학전문대학원을 변호사시험 준비 기관으로 전락시키려는 경향」에 비판적으로 맞서는 것은 한편으로는 필요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주 한가한 대응일 수 있다. 왜냐하면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특별히 주목해야 할 현재의 전선은 “법조인”과 같은 명사가 아니라, “우수한”이라는 형용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수한 법조인”이라는 찬사보다는 ‘우수한 범죄자’라는 조롱에 더 걸맞을 변호사 자격 보유자들이 부끄럼 없이 횡행하고 있고, 우리를 대표하고 있는 현직 대통령도, 여당 대표도, 제일 야당 대표도 모두 저질스러운 범죄자라는 의심을 받는 변호사 자격 보유자들이다. 어쩌면 우리의 현실과 교육이념은, “우수한 법조인을 양성함”에 있어서 법조인을 희망하는 자들의 욕망이 실현되도록 돕는 것보다는 이들의 욕망을 통제하고 제어할 수 있는 자기성찰의 힘을 키워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시급한 과제임을 독촉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법학전문대학원은 변호사시험 합격을 꿈꾸는 학생들의 욕망에 편승하여 변호사 자격 취득으로 기대할 수 있는 미래적 장밋빛 환상으로 화답하기보다는, “우수한”이란 형용사를 내걸고 학생들이 자신의 욕망을 스스로 성찰케 할 공간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은 법의 위세를 빌려 거들먹거리거나 탐욕을 관철하는데 능한 흉포하고 간악무도한 자나 법으로 알랑방귀 뀌거나 깐죽거리며 말장난하는데 뛰어난 법 기술자를 양성하고자 설치된 기관이 아님은 명백하다. 또 평범한 법조인을 양성할 목적으로 설치된 것도 아니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은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풍부한 교양, 인간 및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유ㆍ평등ㆍ정의를 지향하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건전한 직업윤리관과 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ㆍ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식 및 능력을 갖춘” “법조인의 양성”이라는 교육이념에 기반해서(제2조)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우수한 법조인을 양성”할 목적으로(제1조) 법학전문대학원이 설치ㆍ운영되어야 함을 명확히 하고 있다. 따라서 법학전문대학원은 법이념에 기대어 우리의 현재에 책임 있는 현실 법조인들의 판단과 행위를 타산지석으로 삼고, 미래를 향해 “법조인”이 아니라 “우수한 법조인”을 양성하는 책임을 충실히 감당해야 한다.

*출처: https://www.lawschool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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