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아마추어 합창단이 미국 뉴욕의 세계적인 연주회장인 카네기홀 무대에 선다는 사실에 저뿐만 아니라 단원들 모두가 흥분돼 있습니다.”
노엘합창단 변원탄 단장의 육성은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변 단장이 이끄는 부산의 ‘노엘합창단’과 ‘100인의 코랄하우스’ 합창단원 30여 명이 오는 28일 오후 7시(현지시각) 뉴욕 카네기홀 슈테른홀에 서기 때문이다. 카네기홀 무대는 미국 공연단체들도 쉽게 서지 못 하는 꿈의 무대다.
변 단장을 비롯해 두 합창단의 단원들은 뉴욕의 음악단체 미드아메리카 프로덕션이 미국의 메모리얼 데이를 맞아 마련한 기념음악회 무대에 오른다. 메모리얼 데이는 한국의 현충일과 같은 날로 5월의 마지막 월요일이다. 메모리얼 데이는 남북전쟁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시작된 지역의 행사였지만, 1차 세계대전 이후에 미국을 위해 싸우다 전장에서 사라져간 미군들을 추모하기 위한 행사로 범위가 확대됐다.
부산의 ‘노엘합창단’과 ‘100인의 코랄하우스’를 포함해 미국의 영스타운 대학합창단 등 모두 6개 합창단 단원 150여 명은 메모리얼 데이 기념음악회에서 영국 작곡가 존 루터의 ‘레퀴엠’을 선보인다. 존 루터는 현존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작곡가 중 한 사람이다. 레퀴엠은 ‘진혼곡’ 혹은 ‘죽은 자를 위한 미사’라고 불린다. 이날 뉴잉글랜드 심포니 앙상블이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며, 재미 한인 지휘자 이해종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가 지휘를 맡는다.
“행사 기획단체가 재미 한인 지휘자를 초청한 것은 한국전쟁과 미군의 희생을 연관 지어 메모리얼 데이 기념연주회를 기획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해종 교수도 한국 합창단 1~2개팀이 함께 참여하기를 희망했죠. 부산국제합창제 조직위원장을 하면서 알게 된 이 교수가 노엘합창단을 초청했습니다. 부산이 고향인 이해종 교수는 현재 부산국제합창제 해외 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변 단장은 “72년 전 한국전쟁 때 미군은 3만 명 넘게 전사했고, 10만 명에 가까이 부상을 당하며 한국을 지켜주었다”며 “한국과 미국의 합창단이 레퀴엠을 함께 불러 미군의 넋을 달래고 그들의 공로를 기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변 단장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부산국제합창제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도용복 현 부산국제합창제 조직위원장과 함께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이번 기념음악회 무대에는 유엔평화기념관 명예홍보대사이자 부산국제합창제 도용복 조직위원장도 함께 선다.
변 단장은 부산고 재학 시절 임정덕 부산대 명예교수가 창설한 노엘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하며 합창과 인연을 맺었다. 노엘합창단은 처음엔 고교생 단원 위주로 운영되다가 17년 전 성인까지 참가 범위를 확대했다. 지금은 20대부터 70대까지 구성돼 있다. 변 단장은 음대생인 20대 단원 6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변 단장은 합창 저변 확대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부산 남구 대연동에 코랄하우스 합창 전용 연습실을 마련해 부산지역 합창단에 실비 수준으로 빌려준다. 한때 동삼여중, 다대여중, 엄궁중에 합창단을 만들어 지휘자와 반주자를 파견하고 간식을 지원하기도 했다.
부산대 의대를 나온 변 단장은 양산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사)숭인문화재단 이사장과 (재)부산문화회관 후원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합창은 질서, 양보, 배려, 조화 등 우리가 사회 생활할 때 갖춰야 할 좋은 요소를 갖고 있다”며 “합창은 자기 소리만 내지 않고 상대 소리를 들어야 멋진 하모니를 낼 수 있어서 자기를 다스리는 공부가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