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부산대학교 본과 오리엔테이션
골학은 뼈에 관한 학문이다. 인류학의 하위분과인 체질인류학, 고인류학, 법인류학에서 다루는 학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람의 몸을 다루는 의학분야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학문.
그리고 지금, 이 곳에서는
2019 부산대의과대학 본과에 진입한 신입 및 진입생들의 골학준비가 한창이다.
오리엔테이션의 첫 날인 오늘은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14시간 동안 골학수업이 진행된다.
왜 하필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하느냐고 묻는다면??
즉, 본과가 어떤 곳인지를 오리엔테이션에서부터 확실하게 알려준다는 의도이다.
흔히 오리엔테이션이라고 하면 레크레이션과 조별장기자랑 등 상호 간의 친교를 중심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부산대의과대는 그러한 일회성 프로그램을 지양하고 본과 내면으로 깊숙이 진입할 수 있는 밀도 높은 시간으로 오리엔테이션을 구성하였으며 그 첫 관문을 골학으로 결정한 것이다.
이미 골학수업의 과정을 경험해본 선배들에겐 이 시간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회자된다.
그 과정의 무게와 깊이를 잘 알기에... 준비하는 선배들의 손길에는 진심과 정성이 묻어난다.
신입생 및 진입생들 또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억될 골학 과정을 대하는 태도가 남다르다.
1교시가 시작되고...
선배들의 강의 소리만이 PBL room(피비엘 룸)에 가득하다.
평소 교수님과 진행하던 강의와는 또 다른 느낌의 시간. 수업과 스터디의 중간 지점 정도?
여튼 신입생과 진입생들의 눈과 귀는 선배들이 이야기하는 곳으로 집중되며 꼼꼼하게 듣고 기록한다.
하루 동안 진행되는 골학수업은 40분 수업을 17회에 걸쳐 진행한다고 하니 그 분량이 실로 방대하다.
그렇기에 조급한 마음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뼈 하나 하나에 집착하기 보단 뼈구조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와 그 연관성을 볼 줄 아는 눈이 필요하다.
매 수업이 끝나면 간단한 테스트 시험을 치른다.
수업 중간 중간 동아리 선배들이 방문하였다. 골학수업에서 하나의 전통이 되어 버린 이 시간은
부산대 의대의 친밀한 관계성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모두가 이 시간을 경험했고, 경험 중이기에 서로가 주고 받는 공감대는 특별할 수 밖에 없다.
골학수업에서는 간식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크다. 단순히 입이 심심해서..출출해서가 아닌, 군인으로 치면 에너지를 유지해 전투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투식량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경과할수록 집중도는 떨어지고 피로도는 올라간다. 그럴 때마다 먹는 커피나 사탕 등은 다시금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10시간 넘게 무엇인가에 집중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시간만을 채우겠다는 어설픈 생각은 그 자체만으로도 고문이 될 것이고 반면 그 내용 속으로 들어가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그 과정은 즐거움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지금 신입생과 진입생들은 고문과 즐거움, 그 중간 즈음 어디엔가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허나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그 모든 과정이 현재 자신이 본과에 진입했다는 것을 명백하게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드디어 골학수업의 모든 과정이 끝났다. 신입생 및 진입생들의 소감이 궁금하다.
첫 날이 지나간다.
다음날...
완전히 다른 세상이 시작되었다. 가만히 앉아 공부만 했던 어제와 달리...
오늘 부터는 조별로 모이고, 흩어지고, 뒹굴고, 뛰고...
마치 어린이들의 운동회처럼 신나는 몸놀이 시간이 진행되었다.
기계가 아닌 이상 사람들도 광합성 작용을 해야만 한다. 그래야 튼튼한 육체를 가질 수 있고
튼튼한 육체가 있어야 정신도 강해질 수 있는 법.
집중하고, 외우고, 이해하는 시간이 아닌...느끼고, 즐기고, 공감하는 시간들...
낮 시간 동안 동기들과의 유대관계를 쌓았다면 오후부터는 의대본과라는 조직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으로 진행되었다.
총장님의 인사와 더불어 의대생활을 위한 다양하고 소중한 정보를 나누는 시간들이 이어진다.
이젠 자신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기에 하나 하나 빠짐없이 집중하며 경청한다.
조금은 딱딱했던 시간들이 지나고...
다시 선배와 동기 그리고 동아리와 관련된 이벤트가 진행된다.
늠름한 학생회 임원들의 인사.
짧은 오리엔테이션의 일정을 준비하기 위해 아주 많은 시간을 고생하였다.
그 덕분에 신입생과 진입생들은 원할한 본과진입의 순간을 맛보고 있는 것이리라...
그들의 수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시작된 레크레이션 시간....
바쁜 학업 중에도 어찌나 준비를 잘했는지...퀴즈 하나 하나에 절로 웃음이 난다. 강의실이 웃음바다다.
서로가 다르다고 생각했지만...역시 이 곳은 통하는 것이 더 많은 곳 같다.
‘한 배를 탄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저어왔던 노를 이젠 한 방향으로 겨누고, 함께 힘을 모아 나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새삼 느껴지는 저녁시간...
밤은 점점 깊어 가는데 기대와 소망과 하나됨으로 가득한 강의실은 점점 더 밝아지는 것 같다.
본과 1학년을 대표하는 총대를 선출하고...이틀 동안의 본과 OT는 그렇게 희망차게 마무리 되어간다.
앞으로 경험하게 될 본과의 생활들...
험난하고 어려운 고비 고비마다 오늘의 시간들을 기억하며 꿋꿋하게 헤쳐 나가길...
그래서...약한 자를 돌보게 되는 그 자리에 여러분 모두가 함께 하길 간절히 바래본다.